아이티 구호? '역겨운 부채' 탕감부터!

참사로 신음하는 아이티를 돕자는 목소리가 높다. 아이티라는 나라 이름조차 낯설어 하던 많은 이들이 가난과 혼란으로 허덕이는 아이티 국민들을 보며 눈물 짓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대해 답답해 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티 국민들을 돕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급한 지원과 아울러, 아이티를 가난과 혼란의 수렁으로 몰아 넣은 원인을 차분히 살피는 일도 필요하다는 것. 

아이티 국민들이 겪는 가난을 설명하려면, 1789년 프랑스 혁명까지 거슬러 올라야 한다. 당시 프랑스 국민공회는 노예 해방을 단행했다. 자유, 평등, 우애라는 혁명 이념을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였다. 그러나 흑인 노예들이 '진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란 까마득한 일이었다. 이런 까마득한 길을 걸어간 이들이 세계 최초의 흑인 공화국이며 아메리카 대륙 두 번째 독립 국가인 아이티 공화국을 세웠다. 

하지만 감동은 여기까지였다. 백인들의 독립 국가인 미국과 달리, 아이티 공화국은 건국 당시부터 빚의 늪에 빠진 상태였다. 독립의 대가로, 프랑스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요구했던 것. 노예 혁명, 독립 혁명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었다. 이렇게 생겨난 빚의 굴레는 아이티 국민들을 두고두고 가난과 혼란 안에 가뒀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참상은 그 결과다. 

캐나다 세계화 연구 센터홈페이지(http://globalresearch.ca)에 최근 실린 글을 소개한다. 아이티 국민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덜어주고자 한다면, 프랑스와 미국 등이 '역겨운 부채'부터 탕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애초 무리한 요구였던 부채를 그대로 둔 채 이뤄지는 기부 활동은, 이미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상환금을 돌려받기 위한 몸짓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다. 

다음은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가 번역한 글 전문이다. 원문 제목은 "아이티 : 역겨운 부채를 갚기 위한 인도주의적인 지원?(Haiti: Humanitarian Aid to Repay an Odious Debt?)이다. <편집자>

▲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이재민촌에서 지진으로 다리를 다친 아이에게 아빠가 물을 먹여주고 있다. ⓒ프레시안 황준호

재건 
모델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 채택되지 않는다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구제 작업 중의 하나가 2004년의 쓰나미 구제 노력과 성격상 유사한 것이 될 큰 위험이 있다. 아이티는 7 리히터 규모의 강진으로 부분적으로 파괴됐다. 우리는 눈물을 쏟았고 미디어는 계시록적 이미지를 퍼부으면서 우호적 국가들이 한 재정적 약속에 대해 보도한다.

아이티가 가난과 "가난의 저주"로 강타당한 나라이며 이 나라의 재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초점은 아이티에 있다. 논평들은 끔찍한
지진 너머를 보지 못한다. 우리는 더 이상의 설명 없이 아이티가 최빈국 중의 하나라는 얘길 듣는다. 가난이 그냥 발생한 것처럼, 구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처럼 믿게끔 우리는 유도된다. "아이티는 저주받은 땅이야"라고.

최근의 
자연 재해가 상당하고 예측할 수 없는 물질적 피해와 인명 피해를 낳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비상 원조는 필요하다는 점에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빈곤과 불결함의 근본 원인은 아니었다. 이 나라는 자국을 재건할 수단을 빼앗겨 왔기 때문에 재건을 필요로 한다. 아이티는 자유로운 국가도 주권 국가도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아이티의 국내 정책 선택은 지속적으로 바깥에서 오는 명령의 압박 하에 있는 정부와 지역 엘리트들이 수행하는 술수에 의해 취해졌다.

▲ 투생 루베르튀르. 프랑스 혁명 당시 일어난 흑인 해방 운동의 지도자였다. 그는 세계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성공한 노예혁명을 이끌었고, 세계 최초의 흑인공화국이자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독립국가를 세웠다. 바로 아이티공화국이다.

기껏해야 아이티는 폭력적이고 가난하고 억압적인 국가로 묘사된다.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에 맞서 힘든 투쟁 후에 1804년 독립을 쟁취한 것을 기억하는 논평은 거의 없다. 아이티인의 인간적인 접근, 인권을 위한 아이티인의 투쟁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야만성과 폭력이 아이티인에게 부여된 특성이다. 에듀아르도 갈레아노는 "백인의 저주"에 대해 말한다.

"도미니카 공화국이 끝나고 아이티가 시작되는 국경에는 다음과 같은 커다란 경고문이 있다: 나쁜 길. 저편에는 검은 지옥이 있다. 피와 기아, 빈곤, 역병."

따라서 아이티 인이 수행한 해방 투쟁을 되돌아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노예제와 식민지에 반대하여 아이티인이 수행한 이중의 혁명에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가 독립을 대가로 요구한 1억5000만 프랑(즉, 당시의 프랑스의 연간 예산)을 이 나라는 몸값으로 
상속했기 때문이다. 1825년, 프랑스는 결정했다. "산토도밍고(아이티의 식민지 시절 이름)의 프랑스 영토의 현 거주자들은 프랑스 연방 예금 및 위탁 사무소에 총 1억5000만 프랑을 5번으로 나누어서 매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기한은 1825년 12월 31일이다. 이 돈은 보상을 요구하는 이전 식민지 이주민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사용될 것이다."

이 돈은 오늘날의 210억 달러에 해당한다. 처음부터 아이티는 아주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부채는 아이티의 많은 자연 자원에 대한 접근을 
유지하기 위한 신식민지의 도구가 됐다.

따라서 이 몸값의 지불이 아이티 국가의 
설립 요소이다. 법적인 용어인 이것의 의미는 독재 체제가 계약했고 이 계약이 인민의 이익에 반하여 사용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프랑스가, 그다음에는 미국(1915년부터 아이티에 영향력을 확대한)이 전적으로 이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제는 과거의 고통스런 책임에 대처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른다. 2004년 레지 데브라 위원회 
보고서는 "법적으로 근거 없다"는 이유로 이 부채 지불을 없앨 것을 선호했고 이런 행동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아이티 정부의 요구는 프랑스에 의해 거부됐다. 어떤 보상도 보증되지 않았다. 더욱이 프랑스는 "베이비 독(Baby Doc)" 뒤발리에(아이티의 잔혹한 독재자, 아버지 뒤발리에는 파파독이라 불렸다)에게 정치적 난민 지위를 주었고 그에 따라 사면함으로써 독재자에게 망명지를 제공한 부끄러운 역할을 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뒤발리에의 지배는 1957년 미국의 도움으로 시작됐고 1986년까지 시작됐다. 이때 아들 "베이비 독"은 대중 봉기로 권좌에서 내쫓겼다. 서구 국가들이 광범위하게 지원한 폭력적인 독재는 거의 30년간 아이티를 황폐화했다. 그것은 부채 지수의 
성장으로 나타났다.

1957년과 1986년 사이에 외채는 17.5배까지 증가됐다. 뒤발리에가 도망칠 당시에 외채는 7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이자와 벌금을 통해 18억8400만 달러로 상승했다. 이 부채는 가난한 인구의 이익에 복무하기는커녕 실제로는 지배 체제를 부유하게 하는 걸 목적으로 했다. 따라서 역겨운 부채이다. 최근의 
조사에서 드러나기는 뒤발리에 가족의 개인 재산(그들의 서구 은행 계좌가 잘 보호하고 있는)은 9억 달러에 달한다. 다른 말로 하면 "베이비 독"이 도망친 당시의 이 국가의 전체 부채액보다 더 큰 액수다. 뒤발리에 독재 기간 동안 횡령된 재화와 자산을 아이티 국가로 환수하기 위한 재판이 현재 스위스 법원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이 자산은 스위스 은행 UBS에 동결돼있고 이 은행은 이 돈의 반환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왔다. 대조적으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는 전폭적인 지지로 선출됐다. 그러나 그는 곧 부패 혐의를 받았고 미국의 꼭두각시로 복귀하고 종국에는 미군에 의해 추방됐다. 불행하게도 아리스티드도 부채와 기금 횡령에 관련해서는 무고하지 않다. 더욱이 세계은행에 따르면 1995년과 2001년 사이에 부채 상환(즉, 원금과 변상된 이자)은 3억2100만 달러에 달했다.

지진에 뒤따라 선언된 모든 현재의 재정 원조는 이미 부채 상환으로 상실된 것이다!

▲ 캐나다 세계화 연구 센터에 실린 글 (사진 출처: http://globalresearch.ca)

최근의 추정에 따르면 아이티 외채의 80% 이상이 세계은행과 미주개발은행에게 진 것이다. (각각 40%씩) 이들 은행의 지도 아래서, 정부는 "
구조조정계획"(지금은 "빈곤축소전략보고서"로 위장된)을 적용했다. 더 많은 대부를 계약한 대가로, 아이티는 일부 하찮은 양의 부채 경감이나 말소를 받았고 이것은 채권자들에게 긍정적인 빛을 던졌다. 외채과다 최빈국에 대한 외채경감 방안(HIPC)에 아이티가 받아들여졌는데 이것은 콩고 공화국의 사례에서처럼 전형적으로 역겨운 부채 세탁 술수이다. 역겨운 부채는 새로운 소위 정당한 대부로 대체됐다. 제3세계외채탕감위원회는 이런 대부를 역겨운 부채의 핵심으로 본다. 왜냐하면 이 대부가 오래된 빚을 갚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범죄는 계속해서 저질러진다.

2006년 국제
금융기구, 세계은행, 파리 클럽이 외채과다최빈국에 대한 외채경감 방안(HIPC)에 아이티를 포함할 것을 수용했을 때, 공적 외채의 전체적인 양은 13억5700만 달러였다. HIPC가 완수된(2009년 6월) 때, 부채는 18억8400만 달러였다. "부채를 감당할 만하게 하게 만들기" 위해 12억 달러의 부채 말소가 결정됐다. 반면에 구조조정계획은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특히 농업부문에서 그랬고 그 결과가 고조에 달한 2008년의 식량 위기였다. 아이티의 농부들은 미국 농산물의 덤핑으로 고통받는다.

"워싱턴, 유엔, 국제금융기구, 세계은행이 지원하는 거시경제 정책들은 국내시장을 발전시키고 보호할 것을 필요로 하는 농부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 정책의 유일한 관심은 세계 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최저가에 생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금융기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국제금융기구는 능력 있는 이 영역에서 적절한 지원을 하는데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

최근의 국제적 호소에서 언급됐듯이, "아이티는 연대와 아이티 인민의 주권에 대한 존중을 촉구한다". "많은 아이티 조직들과 함께,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유엔군에 의해 의한 군사 점령을 비난해왔고 부채 메커니즘과 자유
무역, 이것들의 자연 환경에 대한 약탈, 초국적 이익의 침공을 통해 강요된 지배의 영향에 반대해왔다. 자연 재해에 대한 이 나라의 취약성(상당 정도 환경 파괴와 기본적 인프라의 부재와 국가 역량의 체계적인 약화로 인해 야기된)은 이들 정책과 떼어내서 봐서는 안 된다. 이들 정책은 역사적으로 아이티 인민의 주권을 해쳐왔다.

이제는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MINUSTAH)을 형성한 정부들, 유엔, 특히 프랑스와 미국, 라틴아메리카의 정부들이 아이티 인민의 기본적 필요에 반하는 행위를 수정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이들 정부들과 국제기구에 요구한다. 군사 점령을 진정한 평화 사절단으로 대체할 것과 여전히 아이티를 빨아먹고 있는 부채의 조속한 탕감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부채 문제와 무관하게, 원조가 2004년 12월 말 아시아 국가들을 강타한 쓰나미나 2004년 아이티를 강타한 
사이클론 후에 제공된 것과 같은 형태를 취할 것이 우려된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기금의 상당 부분은 외국이나 지역 엘리트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

이들 "관대한 기부"의 대다수는 채권국들에서 왔다. 
기부금을 주기보다는 아이티의 부채를 전부, 무조건적으로, 당장 탕감하는 것이 선호될 만하다. 이 돈의 대부분이 외채를 갚거나 채권자나 지역 엘리트의 이익에 기반해 결정된 "국가개발프로젝트"을 집행하기 위해 사용될 것을 알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기부를 말할 수 있을까?

이들 당장의 기부 없이는 부채 상환을 보장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적어도 기부금의 절반은 역겨운 부채에 해당한다. 주요 
국제회의는, G8이건 G20이건 간에 아이티의 발전이라는 면에선 어떤 진전도 낳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아이티에 대한 신식민지 지배 보장을 돕기 위한 도구를 재건할 것이다. 그 목적은 최근의 부채 구제 계획 이래의 사례에서 그랬던 것처럼 굴복의 기반인 부채 상환이 지속되는 걸 보장하는 것이다.

반대로 아이티가 존엄하게 국가 주권을 스스로 재건하는 것이 근본적 문제다. 아이티에 대한 전적이고 무조건적인 부채 탕감이 더욱 보편적인 행동 과정을 향한 첫 번째 조치여야 한다. 국제금융기구들과 경제협력협약들에는 새로운 대안적인 발전 모델이 필요하고 
긴급하다. 프랑스와 미국으로 시작해서 체계적으로 아이티를 착취해 온 가장 산업화된 국가들은 이 나라의 재건을 목적으로 하고 아이티 인민들의 조직에 의해 통제되는 기금으로 보상해야 한다.

(이 글은 "아이티: 역겨운 부채를 갚기 위한 인도주의적 원조인가?"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http://www.freeuse.or.kr을 찾아가면 됩니다.)

이글은 프레시안에서 퍼왔습니다.

by Quandol | 2010/01/25 12:59 | Live!Life!Live!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quandol.egloos.com/tb/282820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youngsta at 2010/01/25 13:00
참내..제국주의의 욕심이 낳은 결과군요..안되는 제국주의..
만약 체 게바라가 여력이 있고 동지들이 많아서 아이티까지 혁명이
성공되었다면 좋았을텐데!
Commented by Quandol at 2010/01/25 17:44
많은 미디어에서 아이티를 다루는데 있어서 정말 표면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이번 일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없고 피해지역의 모습이나
선진국 혹은 유명인사의 기부소식만 전해줘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쓰나미와 같이 금방 잊혀지고 똑같은 일이 생겼을때 더욱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Commented by youngsta at 2010/01/26 10:37
역시 깐돌님! 내 지인들을 통해서 대략적인 마인드와 표현방식에 대해서
들어왔는데 역시 멋지네요 ㅋ <the Bling>에 컨트리뷰터로 있는 김영하예요 ㅋㅋ
조만간 밖에서 한번 봐요 저 다코너 권영이형, 임코난 하고도 친합니다
세상은 참 좁죠? ㅋㅋㅋ
Commented by Quandol at 2010/01/27 01:25
반갑습니다! 저는 뭐 아직 중구난방이죠ㅎ 권영이형이랑 코난형 뵌지도 오래되었네요...
저야 좋죠~ 밖에서 한번 뵈요ㅎ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